출근해서 퇴근까지..

아침은 나의 몸이 침대에서 분리되며 시작이 된다.

집사람 커피와 내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으면 나의 아침 의무는 끝난다.

화장실에서 출근을 위한 정리 정돈을 한 뒤 나온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티비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전화기의 영상을 틀어본다.

집사람이 보고 있으면 같이 시청을 해주기도 하고…

출근을 위해 우주복을 입는다. 우주선을 타기 위해서는 필요한 복장들이 있다.

거기에 최첨단 장비가 들어 있는 가방과 커피를 챙기면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지하에 숨겨져 있는 우주선에 도착하면 주변을 살핀다.

혹시 술 먹고 만땅된 외계인 친구들이 대충 주차했으면 정리하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동 걸고 출발할 준비를 한다.

소형 우주선을 타고 나갈 때는 통신장비를 귀에 꽂아야 하므로 귀에 넣고 버튼 대신 R-2가 쓰는 꼬챙이로 넣고 시동을 건다.

어느 정도 예열이 이루어 지면 카이퍼 벨트를 뚫고 나가야 한다.

간혹 벨트에서 충돌이 나면 먼 길 돌아가야 한다.

어렵게 임무 지에 도착하면 컴퓨터를 부팅하고 임무를 시작한다.

보조 컴퓨터까지 부팅이 완료되면 손으로 보내는 명령어로 컴퓨터를 제어한다.

하루 일과 중에 중요한 임무가 집사람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대응을 해줘야 한다. 내 삶의 편안함이다.

회사의 임무는 비밀이기에 나열하지 않겠다.

퇴근 시간이 되면 출근과 마찬가지로 우주선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다시 다른 조합으로 있는 카이퍼벨트를 새로운 경로 지정하고 돌아간다.

제대로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서 지나간 적이 거의 없다.

출근보다 퇴근 시간이 길게 걸린다. 그 이유는 출근은 시작 시각을 조절하며 다들 나가지만 퇴근은 칼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칼퇴의 즐거움을 길에서 버리면서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하면 우주선 주차할 자리를 찾는다.

항성 간 이동 우주선을 가지고 있는데 덩치가 커 보호 차원에서 옆자리가 비면 바로 옆에 붙여 세운다.

옆자리가 없으면 안전한 곳에 주차한다.

사실 출·퇴근 동안 관제사 마님에게 보고하면서 움직인다. 현장 보고도 임무다.

집에 도착하면 배식을 받는다. 받은 음식은 맛있게 먹는 게 의무다. 맛있기도 하지만 맛있다고 이야기해야 계속 얻어먹을 수 있다.

식사 후 운동을 위해서 체력 단련실로 간다. 먹은 만큼만 운동하므로 대충하다 집에 온다.

그리고 티비와 눈빛 교환을 위해서 전화기로 영상을 던진다.

그러다 보면 전화기에서 이제 그만 자라고 알람이 울린다.

나는 침대로 가서 나의 몸을 밀착시켜 침대로 위장시키며 잔다.

하루는 이렇게 흘러가지만 어제와 같은 날은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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